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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편운문학상 시 본상 수상자 김미희 시인
나를 위로하는 시詩/김미희
편운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소식에 하루하고 반나절을 끙끙 앓았습니다.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몸이 끓고 밥술이 넘어가지 않는다는건 이 나이까지 살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은데 정말 좋아해도 되는지, 정말 축하받아도 되는지 그저 부끄러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겁이 납니다.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섭니다.
저의 시 쓰기는 저를 사랑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제 안의 호각 소리도 못 듣고 달려야 했던 인생길에 가끔 찾아오는 쉼표 였습니다. 이 땅에 35년을 살고 있어도 여전히 낯설기만 한 이 곳, 살아 낸다는 자체가 고독과 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 고독한 길에 시가 있어 견딜 수 있었습니다. 시는 메마른 영혼에 열병으로 찾아왔고, 평생 낫고 싶지 않은 불치병이 되었습니다. 호흡 하는 것처럼 또 다른 존재 방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한 시는 저를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합니다.
졸시집을 선정해 주신 박이도 위원장님을 비롯해 오세영, 이승하, 신덕용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드립니다. 이민 보따리 속에 고이 챙겨온,이젠 누렇게 변해 안쓰러운 조병화 시선집『나는 내 어둠을』(1975년 민음사)은 외롭고 우울한 이민생활,그 지리한 밤을 종종 함께 건너 주었습니다. 평이한 언어와 소박한 어조로 다가와 어깨를 토닥여 주곤 하였습니다. 어렵지 않은 비유로 삶을 노래했던 조병화 선생님은 제가 닮고 싶은 시인이셨습니다. 그분의 이름으로 주어지는 상을 받는다는 건 제 생애 최고의 영광이 될 것입니다.
상은 부족한 저에게 주는 용기 입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너무 안쓰러워 조금 더 힘내라고 주시는 선물이라 생각합니다.축하해 주던지인의 말씀대로 시신詩神이 저를 돕고 있는 게 분명한가 봅니다. 고마운 분이 참 많습니다. 제 시의 영원한 스승님과 여러 선배님의 가르침, 늘 응원해 주는 친구들의 사랑도 잊지 않겠습니다.그리고 영원한 나의 장자방張子房, 남편 선하와 사랑하는 두 아들 홍, 현이가 기뻐하니 행복해서 살맛 납니다.
상을 베푸신 깊은 뜻을 오래 기억하며 잠깐 들려 있던 발뒤꿈치를 내려놓고 고독한 길을 묵묵히 걸어 가겠습니다. 더욱 겸양하고 넘치지 않는 ‘진짜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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